사랑을 여는 한 해 - 강길용 수필
사랑의 본질과 중요성은 무엇일까요? 사랑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며, 나눔과 용서를 바탕으로 합니다. 우리는 올해도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하는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기를 다짐합니다. 작은 일상 속에서 서로 어울리며 춤추듯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사랑을 여는 한 해
어떤 사람이 읊어 놓은 사랑에 관한 명언 열 가지가 있답니다.
'사랑이란 시작은 있지만 완성은 없다/ 첫사랑이란 두 번째 사랑을 준비하는 것이며 두 번째 사랑이란 첫사랑에 대한 후회뿐이다/ 가장 완전한 사랑은 세월의 심판을 받는 사랑이다/ 사랑은 한없이 용서해 주는 행위이고, 이윽고 습관이 되어 버리는 부드러운 시선과 같다/ 사랑은 눈물처럼 눈에서 솟아나 가슴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사랑이란 말은 하나지만 언제나 같은 뜻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같은 방향으로 밖을 바라보는 데 있다/ 사랑은 시간을 지나가게 한다. 시간도 사랑을 지나가게 한다/ 사랑 안에서 바보가 되어 보지 못한 사람은 사랑 안에서 지혜로운 자가 결코 되지 못한다/ 사랑은 파괴보다 변화를 더 두려워한다'
이 열 가지의 의미를 하나씩 뜯어보면 그다지 중요하게 다가오질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면 그 속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늘 사랑이라는 것을 받기만 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려 합니다. 주는 것의 어여쁨이나 아름다움을 만나는 즐거움은 뒤로하기 때문에 열 번째처럼 파괴보다 변화를 더 두려워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눈으로 마주보면서 나오는 것이지만 가슴으로 들어가 서로가 아닌 하나가 될 수 있을 때 사랑의 가치는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눈에서 시작하여 촉각으로 미각으로 옮아간다면 한낱 풋사랑의 즐김 이외의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또한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없다면 공허한 나날만 쌓아 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모양입니다.
세월의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여 사랑의 대상으로 정해 놓고, 나중에 힘이 들어지면 사랑마저 팽개칠 수 있는 사람들이 혹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사랑을 이기적 사랑이라고 합니다. 이기적 사랑에는 차갑게 식어 버린 이용의 가치에 불과하지만, 어렵고 힘들 때 함께 했던 사람에 대한 사랑은 봄바람과 같습니다. 아무리 꽁꽁 얼어붙은 호수나 대지 위라도 봄바람이 스쳐 지나가면 언제인지 모르게 아지랑이가 모슬모슬 피어나고 그 언저리에 새싹이 파릇파릇 자라나곤 합니다. 그런 변화를 소리로 들려주진 않았지만 어느새 봄이 오고 말았음을 우리가 느끼듯이 소중하게 엮어 매단 사랑의 열매는 그렇게 맺어집니다.
누가 소리 높여 사랑을 만들라고 다그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 뜻입니다. 우리는 늘 이 평범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누군가를 만납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 끝이 따뜻한 봄기운 같이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갈림길에서 흩어지고 마는 발걸음을 닮아 있습니다. 그리하여 어디쯤 가고 나면 그 시절 그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후회를 낳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그 사랑을 그리워하는 이율배반의 길을 갑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독함으로 가득한 삶이 삭막한 사막과 같아지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사랑만을 하려 합니다. 나만을 위하여 살았던 삶을 벗어나려 합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을 사랑해 줄 수 있는 힘은 없지만 할 수 있는 한 함께 어울리며 내가 가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진지하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날들로 채우려 합니다. 때로 그 시간들이 삶을 괴롭고 힘들게 할지라도 끝내 지금의 약속을 지키려 합니다. '한없이 용서해 주는 행위, 습관이 되어 버리는 부드러운 시선'을 늘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느슨해졌던 내 삶을 추스르려 합니다.
복잡한 미로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길거리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인사 풋풋히 나누고, 어린아이나 나이 든 어른들을 위하여도 작은 가슴의 한 켠을 열어 놓으려 합니다. 나만이 아닌 우리라는 들판을 열어 함께 이웃하여 어우러지는 춤을 추려 합니다. 때로 춤곡에 박자를 놓치고, 따라 부르던 노래의 음정이 틀리더라도 서로 웃으며 가는 그 길을 올 한해 동안 걸어가려 합니다. 이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작은 머리와 심장의 피톨을 즐겁게 움직여 봅니다.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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