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딸에게 아빠가 보내는 진심 어린 편지. '솔직함'이라는 이름 아래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무례함'을 경계하라는 인생 조언을 담았습니다. 관계를 망치지 않는 지혜로운 대화법과 성숙한 소통의 중요성을 아빠의 경험에 녹여내, 딸의 행복한 인간관계를 응원합니다.
'솔직함과 '무례함'의 경계에서 길을 찾는 너에게
사랑하는 내 딸, 서현에게.
네가 태어나 아빠의 손가락을 처음 쥐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스무 살이 되어 어른들의 세상에 당당히 들어섰구나.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험한 세상에 홀로 나아갈 네가 걱정되는 것이 아빠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서 오늘은 사회라는 낯선 항해를 시작하는 너에게, 아빠가 먼저 겪어본 경험에서 얻은 작은 나침반 하나를 선물하고 싶구나. 바로 ‘솔직함’과 ‘무례함’이라는 두 단어의 무게에 관한 이야기다.
아빠의 서툴렀던 시행착오
아빠도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칼날 같은 ‘솔직함’이 미덕인 줄 알았다. 한번은 부서에 새로 들어온 후배의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 사람 앞에서 “이건 보고서의 기본도 안 되어 있네”라고 퉁명스럽게 말해버렸지. 내 딴에는 일을 가르쳐주려는 ‘솔직한’ 조언이었지만, 그 후배는 크게 상처받고 위축되었단다. 그 서먹한 관계를 회복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 그때 깨달았지.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날것의 표현은 결코 솔직함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은 그저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폭력적인 ‘무례함’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관계를 지키는 대화의 원칙
딸아, 말에는 온도가 있단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차가운 얼음이 될 수도, 따뜻한 핫팩이 될 수도 있지. 이것이 바로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의 진짜 의미다. 진정한 소통은 내 안의 감정을 다스리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란다.
약속에 늦은 친구에게 “왜 맨날 늦냐?”고 다그치기보다 “무슨 일 있었어? 기다렸잖아”라고 말해보렴. 너의 감정(기다림)을 전달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걱정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지. 실수를 지적받았을 때는 변명보다 “제가 놓친 부분이 맞네요. 바로 수정하겠습니다”라고 인정하는 편이 훨씬 너를 단단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한단다. 이것은 자존심을 굽히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숙함의 증거란다.
신뢰라는 가장 큰 자산
이러한 지혜로운 대화 습관은 결국 ‘신뢰’라는 가장 큰 자산을 만들어 준다. 아빠가 사회생활을 해보니, 뛰어난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동료와 주변 사람들에게 얻는 ‘신뢰’이더구나. ‘저 사람은 내 말을 존중해준다’, ‘저 사람과 함께라면 믿을 수 있다’는 평판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아. 너의 사려 깊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벽돌이 되어 너라는 사람의 견고한 성을 쌓아 올리는 것이지.
사랑하는 딸아.
이 아빠는 네가 늘 선한 마음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마음이 서툰 표현 때문에 오해받지 않기를, 너의 솔직함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너의 말에 상대방을 위한 따뜻한 배려를 더하는 작은 습관이, 너의 인생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씩씩하게, 그리고 지혜롭게 너의 세상을 만들어가렴. 아빠는 언제나 네 뒤에서 묵묵히 너를 응원하고 있을게.
2025년 7월, 세상에서 너를 가장 믿고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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