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본문과 해설: 삶을 읽는 지혜
오래된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보면, 빛바랜 편지나 잊고 있던 작은 기념품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걸 손에 쥐는 순간,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까마득했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오죠. 지난 10년 동안, 저는 그렇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주워 담아 글로 엮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렴풋이 느꼈던 삶의 비밀을,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의 말을 통해 좀 더 선명하게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말했죠. "인생의 첫 40년은 우리에게 본문을 주고, 그 다음 30년은 그 본문에 대한 해설을 준다." 참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입니다. 우리의 삶을 한 권의 책에 비유한다면, 젊은 날들은 쉼 없이 새로운 문장과 사건들로 채워지는 '본문' 집필의 시기일 겁니다. 우리는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탐험하고, 사랑하고, 때로는 상처받으며 열심히 페이지를 채워나갑니다. 그땐 그저 눈앞의 이야기에 몰입하느라,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앞뒤 문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숨 가쁘게 써 내려간 초고처럼, 문장의 의미보다는 당장의 감정과 경험에 충실했던 시간들이었죠.
그러다 문득, 삶의 어느 모퉁이를 돌아서면 우리는 잠시 펜을 내려놓고 자신이 써 내려온 글들을 찬찬히 읽어볼 시간을 갖게 됩니다. 바로 '해설'의 시간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젊은 날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만남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 속에 어떤 의미가 숨어 있었는지… 흩어져 있던 점들이 연결되어 별자리가 되듯, 과거의 경험들은 현재의 시선 속에서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갖추게 됩니다.
이 '해설'의 시간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나온 길 위에서 지혜를 발견하고, 현재의 나를 더욱 깊이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등불과 같습니다. 실수와 실패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교훈이었음을 깨닫고, 아픔과 상처는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성장의 기회였음을 알게 됩니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감사함이 샘솟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때로는 씁쓸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따스한 이해와 자기 수용으로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혹시 지금, 삶의 본문을 정신없이 써 내려가고 있나요? 혹은 이제 막 해설의 첫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넘기고 있나요? 어느 단계에 있든 괜찮습니다. 삶이라는 책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쓰이고 읽히는 법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모든 순간들이 당신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재료라는 사실입니다. 격렬하게 써 내려간 본문의 시간도, 차분하게 행간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해설의 시간도 모두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천천히, 당신의 속도에 맞춰 삶이라는 책을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때로는 밑줄을 긋고, 때로는 메모를 더하며 당신만의 해설을 풍성하게 만들어가세요.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당신은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질 것입니다. 오늘, 당신의 삶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나요? 그 이야기 속에서 당신은 어떤 의미들을 발견하고 있나요? 당신의 이야기가 담긴 그 책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당신만의 귀한 작품입니다. 부디 따뜻한 시선으로 당신의 삶을 읽어주고 다독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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