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이유 - 강길용 수필

혼자 사는 삶을 한쪽 다리로 걷는 것에 비유하며, 그 어려움을 설명합니다. 타인과의 관계, 특히 부부 관계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전철에서 본 장애인의 모습을 통해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는 것의 가치를 깨닫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는 서로 의지하고, 쉬어갈 수 있으며, 더 아름답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함께 사는 이유 - 강길용 수필



함께 사는 이유



며칠 전 이웃 사무실에 들렀다. 그곳은 친구의 아내가 근무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반갑다는 표정으로 맞는 그녀의 표정은 한없이 밝아 보였다. 차를 한잔하면서 결혼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표정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전 남편이 옆에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어요."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겠어요. 아주 좋은 일이네요." 

"사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늘 그래요. 가끔 남편이 늦으면 올 때까지 혼자 있게 돼요. 기다리게 하는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하거든요." 


그녀와 헤어져 나의 사무실로 되돌아왔다. 자리에 앉아서 일을 처리하다 퇴근을 했다. 퇴근길에 만나는 사람들은 늘 나의 마음을 살찌우고 있다. 언제나 그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내 삶의 좌표가 하나씩 찍혀지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들 속에 사는 이유다. 사람들이 없으면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나무 같은 느낌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술 취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전철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도 보고, 그렇지 않은 젊은 사람들도 만난다. 가끔은 어른들의 눈치를 살피다 억지로 일어서서 양보하는 이들도 보게 된다. 그날은 한 장애인이 자기보다 힘들어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있었다. 자신은 목발을 짚은 채 불안한 모습으로 전철 손잡이를 잡고서 말이다. 


그 옆에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지만 힐끔 고개만 돌렸다가 이내 눈을 감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다리가 불편한 남자를 조금 멀리 떨어져 앉았던 사람이 자리를 양보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고맙다는 말을 했고 양보한 사람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 남자는 줄곧 신세를 진 듯한 표정으로 웃는다. 그렇게 10여분을 달려서 내려야 할 곳에 이르렀고, 그와 함께 내렸다. 


층층이 쌓인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왔을 때 그의 뒷모습에서 또 한번 함께 사는 이유를 발견하였다. 걸어가는 모습이 몹시도 불안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쪽 다리를 잃어버린 사람의 뒷모습은 두 다리로 걸어가는 나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저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목발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아닌 타인과 같은 것이다. 그것이 걷는 것을 도와줄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외다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한쪽 다리로 오래 서 있어 보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된다. 한쪽 다리가 지치면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가끔 혼자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나 또한 여전히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혼자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낀다. 혼자 산다는 것은 마치 외다리로 길을 걸어야 하는 장애인과 같은 힘겨움이다.  때로 지친 다리를 쉬고 싶어도 쉬면 쓰러져야 하기에 쉴 수도 없다. 아무리 튼튼한 외다리라도 조금은 약한 두 다리보다 힘들다. 균형을 맞추기도 힘들고, 걷다가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도 없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음악을 들었다. 조용한 나만의 방, 참으로 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적막감이 몰려와 내 주위를 감싸고 있음을 느꼈다. 다시 목발을 짚고 힘겹게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나의 고독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혼자 사는 것에 대하여 무슨 말을 하면 '나는 괜찮은데 왜 그럴까'하는 말을 하곤 했었다. 그 말은 혼자 사는 힘겨움을 숨기기 위한 핑계이기도 하다. 또 내 나름대로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오직 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날 만났던 남자도 어쩌면 자기는 괜찮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의 눈에는 몹시도 불안정한 모습이었으니 내 모습을 보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그랬을 테다.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는 가끔 쉬어 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으며, 보다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함이다. 두 다리로 당당히 걷는 자연스런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외다리로 뒤뚱거리며 살아온 내 곁에서 받쳐줄 누군가가 필요함을 목발 짚은 남자의 모습에서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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