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이란 - 강길용 수필

"아름다운 삶이란"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행복과 보람을 이야기한다. 택시 기사와의 대화를 통해 삶의 소박한 가치와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인간관계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물질적인 것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결국 아름다운 삶이란 큰 성취나 화려함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만족을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름다운 삶이란 - 강길용 수필



아름다운 삶이란



늦잠을 잔 며칠 전의 일이었다. 오전에 안양의 한 단체를 찾아가 탐방기사를 쓰기로 약속이 되어 있던 터라 허겁지겁 카메라와 녹음기를 챙겨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마침 서울에서 온 택시가 있었다. 서울까지 가서 전철을 갈아 탈 생각이었다. 한참을 가다가 생각을 바꿔서 안양까지 택시를 타기로 했다. 


"아저씨 안양까지 갑시다." 


목적지만 퉁명스럽게 밝히고 요금이 얼마인지는  묻지도 않았다. 도착해서 달라는  대로 줄 생각이었다. 


"평소에 안양까지 얼마에 가셨어요?" 


한참을 가다가 기사 아저씨가 먼저 물어왔다. 


"네, 자주 다니질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요" 


"손님들이 타고 제일 먼저 묻는 것이 얼마에 갈것이냐고 묻는데 참 이상하시네요." 


"그렇게 물으면 아저씨는 어떻게 대답하죠?" 


"시외로 나가니까 왕복 요금을 받는다고 이야기를 하지요." 


"네 그러시군요. 그럼 남들 하는대로 저도 드릴게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택시는  세곡동에 이르렀다. 세곡동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한 기사 아저씨는 "아마 가장 가까운 길이 이곳일 거예요"라며 더  가까운 길을 아시면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안양까지 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던 나로서는 어떻게 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인지를 알턱이 없었다. 그저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기만을 바란다고 대답해 주었다. 


차는 수서를 돌아서 양재대로를  향하여 달리고 있었고,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들이 온갖 색을 띠고 제 모양을 뽐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때 기사 아저씨가 어느 신문에서 보았다며 요즘 집값이 제일 비싼 곳은 공기가 좋은 곳이라는 말을 한다.  나 또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맞장구를 쳤다. 


"전 어릴 적에 평택이라는 시골에서  살았어요. 그 때는 흙물이  내려오는 개울물에서 멱을 감고, 또 그 물을 마시며  살았는데 그래도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았는데 서울에서 태어나 늘 깨끗한 것만 찾으며 사는 아들놈들은 툭 하면 아프다고 하거든요. 깨끗한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해 줘요." 


기사 아저씨가 나에게 한 '자연예찬'이다. 여기에 덧붙여 아저씨는 아직도 평택에 농사를 짓고 사는 형님 이야기를 한다. 


"우리 형님은 시골에서 고추농사도 짓고,  수박, 참외, 토마토 등등  여러 가지 심어서 팔고 사는데 제가 버는 것 보다 더 잘 버는 것 같아요. 가끔 형님댁에 가서 맑은 공기 한번 마시고 나면 서울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시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촌놈은 촌놈인가 봐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나의 고향이 강원도 영월이라는 것과 자랄 때 고생스러웠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고향이 그립지 않던가요?"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생각이 떠올랐고, 어릴 때 자라며 놀던 추억들이 잠시지만 허겁지겁 사는 지금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스쳐지나갔다. 


서로의 고향이야기를 하는 동안 과천을 지나 안양땅으로 접어  들었다. 낮익은 건물들과 도로들이 눈에 들어왔다. 목적지는 정확히 잘 모르지만 근처에  다가왔음을 느끼며 내릴 준비를 했다. 그 때 아저씨는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한번은 면목동에서 고속터미널까지 가는 손님을 태웠는데 그 분이  '천안까지는 얼마에 갑니까'고 묻더군요. 주고 싶은대로 달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정말 그렇게 해도 되냐'고 되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했지요. 그날 천안까지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왔어요. 그런데  그분이 요금을 생각보다 많이 주는 거예요. 그분 말씀이 '아저씨가 기분 좋게 해주셔서 거스름돈은 안받겠습니다'며 수표한장을 건네고는 그냥 가더군요. 정말 고마운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말을 하며 아저씨는 "세상을 살다보면  얻는 것도 있고 때로는 손해보는 일도  있는데 날마다 얻으려고만 하면 사는게 힘들어진다"며 그 때 일을 자랑스러워한다. 


택시에서 내려 목적지를 찾아 걸으며 아름답게 사는 삶, 행복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아저씨의 말처럼 작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보람을 느끼며 사는 모습일 것이다. 요즘 같이 제몫 찾기에  바쁜 삶 속에서 아름답게 사는 소박한 서민들, 그들의 모습이 진정 이쁜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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