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에게 보내는 편지 10. 사랑하는 딸에게, 스무 살, '타인의 결점'이 유독 잘 보일 때
스무 살 딸에게 보내는 아빠의 따뜻한 인생 조언 편지. 쇼펜하우어의 '타인의 결점' 명언을 통해, 우리가 왜 타인을 쉽게 비판하는지 '심리적 투영' 현상을 탐구합니다. 이 글은 20대 인간관계와 자기 성찰, 진정한 성장을 위한 현실적이고 격려 가득한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에게, 스무 살, '타인의 결점'이 유독 잘 보일 때
사랑하는 딸에게
스무 살, 어른의 문턱을 넘어선 너의 하루하루를 멀리서나마 응원한다. 네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때로는 그 관계 속에서 낯섦과 실망을 경험할 세상을 생각하곤 한단다.
아빠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글을 써왔어. 그러다 보니 사람의 마음에 대한 한 가지 흥미로운 습관을 발견했지. 오래전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가 "사람들은 자기 결점은 못 보고, 남의 결점만 본다"라는 말을 남겼단다. 참 뼈아픈 말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게 꼭 우리를 나쁘게만 말하는 건 아니야. 그건 우리의 마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작은 연극 같은 거란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투영'이라고 부르더구나. 내 안에 내가 받아들이기 싫은 모습, 예를 들어 '이기심'이나 '게으름'이 있을 때, 그걸 정면으로 마주하면 마음이 아프잖니. 그럴 때 우리 마음은 교묘하게도 그 이기심을 밖으로 던져버린단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에게서 그걸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외치지. "저 사람, 정말 이기적이야!"라고 말이야.
사실은 내 안의 이기심을 향한 불편함이었는데도 말이다.
딸아. 앞으로 너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유독 누군가의 어떤 점이 거슬리고, 참을 수 없이 화가 날 때가 있을 게다. 그 사람이 너무 게을러 보이고, 무책임해 보이고, 혹은 이기적으로 보일 때 말이다.
그럴 때마다 아빠가 오늘 해준 이 이야기를 떠올려주렴.
그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아주 잠깐만 숨을 고르고 스스로에게 작은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불편함은, 혹시 내 안의 어떤 모습과 닮아있지는 않을까?"
이건 너를 탓하라는 말이 절대 아니란다. 오히려 그 반대야. 이건 너 자신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란다. 내 안의 그림자를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그 그림자에 휘둘리지 않게 되거든.
타인의 결점을 통해 나의 맹점을 깨닫는 것. 그것만큼 사람을 단단하고 지혜롭게 만드는 건 없단다. 그럴 수 있을 때, 너는 타인을 불필요하게 미워하지 않게 되고, 너 자신은 훨씬 더 깊게 끌어안을 수 있게 되지.
그것이 아빠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의 모습이란다.
세상의 모든 관계가 너에게 배움의 거울이 되기를. 너의 스무 살을, 너의 성장을 온 마음 다해 응원한다.
2025년 11월, 너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가.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