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인생의 첫걸음을 떼는 딸에게 아빠가 보내는 따뜻한 편지. '인간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지만, 원하는 것을 원할 수는 없다'는 쇼펜하우어의 지혜를 통해 진정한 행복과 자유의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세상이 정해준 욕망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진짜 나의 삶을 살아가는 법. 수많은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 모든 사회초년생을 위한 깊이 있는 인생 성찰 가이드.
내 딸에게 보내는 편지 7,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지만, 원하는 것을 원할 수는 없다
사랑하는 딸아,
벌써 네가 스무 살이 되어 아빠 품을 떠나 너만의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날이 왔구나. 갓 태어나 아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잡던 너의 작은 손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어느새 훌쩍 자라 어엿한 숙녀가 된 모습을 보니 대견함과 함께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기도 한단다. 이제 막 너의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첫 획을 그으려는 설렘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있겠지. 그런 너에게 아빠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조금은 어렵지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펜을 들었다.
아빠가 겪어온 ‘원함’의 실체
아빠의 스무 살은 어땠을까? 그때의 아빠는 ‘원하는 것’이 참 많았단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고, 남들처럼 멋진 차를 몰고 싶었고,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었지. 나는 내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그 모든 것을 ‘원한다’고 굳게 믿었어. 그리고 그것들을 성취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단다. 원하는 것을 이루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말이야.
몇 가지는 이루었고, 또 어떤 것들은 좌절되기도 했지.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토록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는 거야. 오히려 또 다른 ‘원함’이 그 자리를 채우며 나를 다시 채찍질했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 ‘내가 정말 원해서 원했던 것일까? 아니면 사회가, 주변의 시선이, 혹은 내 안의 막연한 불안감이 나에게 원하라고 속삭였던 것은 아닐까?’
결혼을 하고, 너라는 소중한 생명을 품에 안았을 때, 아빠의 ‘원함’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단다. 이전까지 나를 향해 있던 욕망의 방향이 온전히 너에게로 향했지. 네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길, 행복한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그것은 내가 의식적으로 선택해서 ‘원하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었어. 그저 내 안에서 샘솟는, 거부할 수 없는 본능적인 사랑이었지. 이 경험을 통해 아빠는 ‘원함’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단다.
‘원하는 것을 원할 수는 없다’는 통찰
여기서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했던 유명한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구나.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지만, 원하는 것을 원할 수는 없다."
이 말이 스무 살 너에게는 조금 어렵게 들릴 수도 있겠다. 쉽게 풀어보자꾸나.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의 자유, 즉 ‘행동의 자유’를 의미해. 너는 오늘 저녁 메뉴로 파스타를 먹을 수도 있고, 한식을 먹을 수도 있지. 친구를 만날 수도, 집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어. 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할 자유가 있단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원할 수는 없다'는 말은 그 ‘원함’ 자체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야. 네가 왜 갑자기 파스타가 먹고 싶어졌을까? 어제 본 드라마 속 주인공이 맛있게 먹던 장면 때문일 수도 있고,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너의 타고난 식성 때문일 수도 있지. 우리가 무언가를 ‘원하게’ 되는 그 마음의 시작은, 사실 우리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란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온 환경, 읽은 책, 만난 사람들, 심지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기질까지, 수많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진 결과물과도 같아. 우리는 우리 안에 잠재된 욕망, 성격, 기질을 스스로 선택해서 갖지 못했다는 뜻이지.
진정한 너를 찾아가는 여정을 응원하며
사랑하는 딸아, 아빠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너의 자유의지를 부정하거나 너의 꿈을 폄하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란다. 오히려 그 반대야. 네가 앞으로 수많은 ‘원함’들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진정한 너’를 찾아가는 여정을 돕고 싶기 때문이야.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 세상은 너에게 수많은 것들을 원하라고 유혹할 거야. SNS 속 화려한 삶, 높은 연봉, 사회적 명예 같은 것들 말이지. 많은 사람이 그것을 자신의 ‘원함’이라 착각하고 맹목적으로 좇다가, 정작 자신의 내면이 무엇을 말하는지 듣지 못하는 우를 범하곤 한단다.
그러니 딸아, 너의 ‘원함’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해보렴. ‘나는 왜 이것을 원하는가?’ ‘이 욕망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이것을 이루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행복할까?’ 이 질문들은 표면에 떠오른 욕망의 파도를 걷어내고, 네 마음 깊은 곳의 고요한 목소리를 듣게 해주는 등대가 되어줄 거야.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행동할 자유가 있어. 하지만 그 이전에, 너의 ‘원함’ 자체를 깊이 탐색하고 이해하는 지혜를 갖추길 바란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욕망을 좇는 삶이 아니라, 너의 기질과 성향, 너만이 가진 고유한 색깔이 자연스럽게 이끄는 길을 발견하길 아빠는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 길은 때로는 외롭고 남들보다 더뎌 보일 수도 있단다. 하지만 괜찮아.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그 방향의 끝에 진짜 너의 행복이 있을 테니까.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길을 가든 아빠는 늘 너의 편에서 너를 믿고 응원할 것이다. 너는 이미 아빠에게 가장 소중하고 완벽한 존재란다. 두려워 말고, 너의 세상을 힘껏 펼쳐나가렴.
언제나 너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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