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학기를 마치고 진짜 어른의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스무 살 딸에게 아빠가 전하는 진심 어린 인생 조언. 낯선 관계와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은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마음입니다. 정서 지능의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되는 '자기 이해'를 통해 더 지혜롭고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법을 따뜻한 편지글로 만나보세요.
스무 살 여름, 네 마음부터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 보렴
사랑하는 내 딸, 우리 애기.
벌써 첫 학기가 끝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 네가 초등학교 입학한다고 가방 메고 현관문 나서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빠보다 더 어려운 책을 보고, 밤새워 과제를 하고, 스무 살의 여름을 맞이하고 있구나. 시간이 참 야속하게 빠르다 싶다가도, 이렇게 훌쩍 자란 네 모습을 보면 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르면서 대견해.
이제 막 어른들의 세상에 첫발을 디딘 거나 마찬가지인데, 어때? 재밌는 일도 많지만, 생각처럼 마냥 쉽지만은 않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혹은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 거야. 좋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 그게 당연한 거지. 아빠도 네 나이 때 그랬으니까. 어떻게든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애썼던 기억이 나네.
그런데 딸아, 아빠가 살아보니까 말이야. 다른 사람 마음을 얻으려고 애쓰기 전에,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할 마음이 있더라고. 그건 바로 '네 자신의 마음'이야. 이게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숙제 같아. 우리는 남들한테는 관대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한테는 너무 무심하거나, 반대로 자기 생각에만 갇혀서 남을 보지 못할 때가 많거든.
자신을 똑바로 본다는 건,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어떨 때 화가 나고 어떨 때 기쁜지, 내 안의 수많은 감정들이 왜 생겨나는지 차분히 지켜봐 주는 거야. 이걸 잘 못 하면, 내 딴에는 좋은 뜻으로 한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단다.
전에 우리가 같이 드라마 보면서 욕했던 그 시어머니 기억나니? 며느리 생각해서 새벽부터 부지런 떤다고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데, 그게 며느리한테는 얼마나 큰 소음이고 압박이었겠어. 그 시어머니는 자기가 '부지런하고 좋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지,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인 며느리의 세상을 어떻게 흔드는지는 전혀 몰랐던 거야.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 즉 '나는 지금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는 능력이 없었던 거지.
아빠도 마찬가지였어. 회사에서 후배한테 조언한답시고 했던 쓴소리가 그 친구에겐 얼마나 큰 상처가 됐었는지, 나중에서야 알고 한참을 후회한 적도 있단다. 내 눈에는 '사랑의 매'였는데, 그 친구에겐 그냥 '아픈 매'였던 거야. 그 뒤로 아빠는 말을 하기 전에, 행동하기 전에 딱 3초만이라도 '이게 상대방에게 어떻게 느껴질까?' 이전에 '나는 왜 지금 이 말을 하려고 하지?'를 먼저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단다. 내 안의 조바심 때문인지, 진심 어린 걱정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내 가치관을 강요하고 싶은 건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는 거지.
사랑하는 딸. 대학 생활이라는 건, 어쩌면 이 '나를 아는 연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첫 무대일지도 몰라. 수많은 관계 속에서 기쁘고, 설레고, 때로는 속상하고 마음 다치는 일도 분명히 있을 거야. 그럴 때마다 세상을 탓하거나 남을 미워하기 전에, 잠시 멈춰서 너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 주렴. "나 지금 되게 속상하구나," "아, 내가 이럴 때 불안해하는구나" 하고 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보듬어주는 거야.
사랑하는 딸아, 스스로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아.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지 않고, 관계 속에서 상처를 덜 받고, 혹시 상처를 받더라도 금방 회복할 힘을 갖게 된단다. 네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 그게 바로 스무 살의 너에게 아빠가 해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인생 조언이야.
언제나 세상의 중심은 너야. 너의 감정, 너의 생각, 너의 삶. 그걸 잊지 마.
무더운 여름, 지치지 말고 마음껏 즐기고 경험하렴.
언제나 여기서 너를 응원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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